사실 이야기 자체는 참 평범했다. 뭐 이야기보다는 우울과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영화라고 본다. 결혼식이니 행성이니 하는 것들도 그저 영화화하기 힘든 저 두 감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으니.
덕분에 누구나 자신의 느낌과 생각과 사고에 따라 다르게 사유할 수 있는 그런 영화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 초반부에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상황이나 대사가 너무 웃겨 죽을 것 같은데 분위기는 너무 엄숙해.. 그래서 더 웃겨.. 극장은 조용해.. 어떡해 살려줘.. 예전 팟캐스트에서 다루래님이 자기 옆자리에 앉아 자꾸만 웃던 남자분 이야기를 했는데 그 분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그리고 사실 그 덕에 점점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우울함이 더 효과적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의외의 시작을 하더니 1부 중간부터는 어느 정도 예상하던 대로 흘러가더라.
아마도 가장 특이한 점이라면 구조? 프롤로그는 사실 굳이 필요했을까 싶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단 휘어잡고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재미있었다. 저 일단 용어 정의부터 하고 수업 시작할게요~ 하는 느낌. 촬영도 멋지고 하니 좋아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건 그랬지만 사실 1부와 2부를 딱 나눈 것은 과연 최선이었는지 모르겠다. 1부가 오롯이 저스틴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지 않고, 오히려 2부에서도 결정적인 장면에서 힘을 발휘하는 건 클레어보다는 저스틴이라고 생각한다. 감정 측면에서도 굳이 그 지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1부에서는 아주 롤러코스터마냥 널을 뛰는데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의 힘이 아주 무겁고도 강력해서 2부의 중반까지도 그 분위기가 스크린 전체를 짓누르는 느낌. 뭐 이건 좀 더 생각해 보자.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가 참 독특했고 강렬했고 안아 주고 싶다가도 한심하게 째려 보고 싶기도 하고 아무튼 좋았다. 한 캐릭터를 연기했다기보다는 감정 그 자체가 되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물론 샬롯 갱스부르가 옆에서 균형을 잘 맞춰 주었기에 더 극대화될 수 있었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막바지에 폭발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나는 죄송스럽게도 클레어보다는 저스틴에 더 집중이 됐다. 그리고 내가 평생 이런 말을 하는 순간이 올까 싶었지만, 키퍼 서덜랜드의 연기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것이.. 저스틴과 클레어에 흠뻑 빠져 있을 때마다 얄밉게 끼어드는 존이 참 거슬리다가도, 그게 다 애써 모른 척 하고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이로구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왜 그리 왈칵 눈물이 나던지. 슬퍼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위로받는 느낌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유일한 탈출구가 그 곳에 있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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