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31.

영화 '소셜 네트워크' 포스터, 맘에 안 들어요

책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영화에서 포스터 디자인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잔뜩 기대중인 영화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미리 아는 게 싫어서 예고편조차 피하는 사람에게, 개봉 전에 영화의 느낌을 살짝이라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포스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글에 달린 소셜 네트워크 포스터에 대한 인범이형의 리플에 백번 동의합니다. 영 맘에 안 들어요. 개봉은 거의 두 달 가까이 남았으면서 포스터는 일찍 공개했었던 모양인데, 차라리 그 시간에 좀 더 연구해서 나은 포스터를 내 놓았으면 좋았으련만..

"페이스북 좀 짱임. 마크 주커버그 좀 짱임."

포스터를 보고 있으면 헷갈립니다. 이게 데이빗 핀처의 영화를 광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을 홍보하고 있는 건지.. 게다가 포스터를 통해 영화에 대한 감이 조금이라도 오면 좋겠는데, 정말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먼저 문구와 그림이 따로 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의 무표정한 얼굴을 배치하고, '전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나 '하버드 천재', '소셜 네트워크 혁명'과 같은 문구를 그 위에 얹어 놓았네요. 문구의 표현 자체도 진부한데다, 영화의 내용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고 지엽적이에요. 얼굴 사진과도 안 어울리고요.

이런 맘에 안 드는 포스터 디자인은 대체 어쩌다 나온 걸까요? 공식 포스터 디자인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따라하면서 어떻게 좀 바꾸어 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Why so social?"

원래 포스터 디자인은 웹 브라우저를 컨셉으로 합니다. 작아서 잘 안 보이실 수도 있겠으나, 오른쪽을 보시면 페이스북의 폰트와 디자인을 그대로 따 온, 페이스북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바가 있습니다. 구석구석에 웹 브라우저 탭과 스크롤바도 표시되어 있고요. 포스터 전체를 차지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를 연기한 제시 아이젠버그)의 얼굴 사진 자체가 바로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겁니다. 그걸 다 없애고 얼굴만 남겨 놓았으니..

포스터 문구도 마찬가지에요. 이 영화는 절대 우리 나라 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하버드 천재'가 창조한 소셜 네트워크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You don't get to 500 million friends without making a few enemies."는 영화의 내용을 정확히 대변합니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게 된 사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긴 자잘한 사건들과 소송이 바로 영화의 중심 소재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죠. 제시 아이젠버그의 무표정한 얼굴과도 아주 잘 어울리고요. '혁명'같은 진부한 단어를 쓰는 대신 '500 million friends'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통해 페이스북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도 은근하게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언급했었지만 이 영화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그런 것인지 몰라도, 맘에 안 드는 포스터 디자인이 못내 아쉽습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를 부모님이나 은사님 같은, 아직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 혁명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께 적극 권해드리려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 분들께도 조금 더 어필할 수 있는 포스터 디자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소셜 네트워크, 11월 18일 개봉합니다. 사용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2010. 10. 25.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해 (+ 소셜 네트워크)

제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따라가 볼까 합니다. 워낙 영화 보기 좋아하고 영화 얘기 하기 좋아하는 제 취미 중 하나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큰 의미를 둔다기보다는 순전히 재미로 하는 것이고요..

2009년: 웹페이지 / 라이브 블로깅 1 / 라이브 블로깅 2
2010년: 후보 예측 / 수상 예측 / 시상식 리뷰

올해는 제작년처럼 홈페이지를 만들어 봤습니다. Rapidweaver라는 프로그램을 써 봤는데 쓸만하네요. 템플릿을 이용해 뚝딱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는 10자리입니다. 현재로는 평단의 엄청난 지지를 얻으며 10월 초 개봉한 데이빗 핀처 감독, 애런 소킨 각본의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가 올해 가장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들 들어 보셨겠지만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바로 지금, 우리의 시대 정신을 대변하고 있는 영화라는 점이 엄청난 매력입니다. 한국에서는 11월 18일 개봉 예정입니다.


그 밖에 현재 어떤 작품이 화제인지, 연기 부문 후보 물망에는 어떤 분들이 오르고 계신지, 화제작들이 한국에서는 도대체 언제 개봉하는지 등등 모두 이 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시길. 2011년 2월 27일,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릴 때까지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2010. 10. 9.

부산국제영화제 첫째날 - 검은 대양, 하트비트

KTX를 타니 세 시간만에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쉴 틈도 없이 바삐 지하철을 타고 센텀시티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쓰던 KB 후불교통카드가 여기서도 잘 되더군요. 부산역에서 센텀시티까지는 지하철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아직 진짜 주말은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고, 외국인도 간간이 보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드물었습니다. 캐리어는 센텀시티역 보관함에 넣어 두고 곧장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16:30 검은 대양 Ocean Black (Noir ocean)
베니스영화제 초청작, 토론토영화제 초청작
벨기에/프랑스/독일
감독 Marion Hansel
CGV 센텀시티



사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보려고 염두에 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첫 날에는 8시에 영화 한 편만 볼 계획이었거든요.. 그러다가 뒤늦게 서울에서 출발을 조금 일찍 하기로 결정한 뒤, 같은 장소에서 바로 직전 타임 상영작 중 흥미로워 보이는 걸로 급하게 골랐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1972년 프랑스 해군 함정을 배경으로, 세 명의 젊은 해군들에 주목합니다. 모든 사건은 바다에서 벌어집니다. 대부분 선박 안에서, 선박을 떠나도 기껏해야 부두나 해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처음 이 영화가 재미있어 보였던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단지 해군들의 단조로운 일상을 덤덤히 묘사할 뿐인데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중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점점 실망스러워집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주제는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핵실험을 하는 장면이나 해군들의 내재된 잔인함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충격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저에겐 잘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드문드문 나타나는 불필요한 폭력적인 장면은 참 거슬렸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자신이 아끼던 개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불쾌하기까지 하더군요.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신선하고 의미있는 소재를 잘 살려내지 못해 참 아쉬웠던 영화입니다. 해군이라는 특수성과 군인들의 잔인한 내면도, 소년이 성장하며 겪는 어려움도, 핵실험에 대한 비판도 어느 하나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한 채 겉돌다 끝나고 말았습니다.



영화를 본 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CGV 앞 투썸플레이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티켓은 GS25에서 발권한 노란 티켓에서 영화제 티켓으로 재발권했습니다.


20:00 하트비트 Heartbeats (Les Amours Imaginaires)
칸영화제 초청작, 시드니영화제 수상작
캐나다
감독 Xavier Dolan (2nd feature)
CGV 센텀시티



사실 이 영화는 순전히 감독 이름만 보고 고른 영화입니다. 작년 '나는 엄마를 죽였다'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의 영화로 화려하게 감독으로 데뷔한 분이거든요.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아 볼 길이 없었지만 좋은 평을 많이 들었기에 어떨지 참 궁금했습니다. 직접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고요.

'상상 속의 사랑'이라는 원제에서도 보이듯 가까운 친구인 두 남녀가 한 남자를 만나서 첫눈에 반하는 내용입니다. 근데 이 영화, 무지 스타일리시합니다. 등장인물들도 그렇지만 영상이 아주 감각적입니다. 슬로우모션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어김없이 웅장한 음악이 흐릅니다. 시적인 비유, 시적인 상상력도 종종 보입니다. 살짝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연상될 뻔 했습니다.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었던 것 같지만 덕분에 시각적으로는 참 즐거웠습니다. 들어보니 감독의 첫 영화와는 사뭇 다른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