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6.

셰임, 이런저런 생각

스티브 맥퀸의 셰임 (Shame, 2011) 이 영등위 심의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올해 초 미국에 갔을 때 관람했던 영화. 심지어 NC-17 등급 때문에 호텔 근처에는 상영하는 극장이 없어서 꽤 멀리, 여권까지 챙겨 가서 보고 온 기억이 난다. 아무튼 많이 늦긴 했지만 두서 없이 몇 가지 생각을 끄적여 본다.


1.
본질이 아닌 것에 중독된 채 도시에서 살아가는 브랜든의 모습에서 큰 동질감을 느꼈다. 중독의 대상과 정도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고 호텔로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가슴이 어찌나 먹먹하던지. 타지에 있었기에 그 공허함과 외로움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고.


2.
물론 도시와 중독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분명 섹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전혀 섹시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 때문에 모두가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섹스에 대한 생각과 경험은 모두가 다를 테니. 이 영화에 대한 생각 속에서 그 사람의 섹스에 대한 생각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3.
셰임이 잡아내는 무미건조한 도시에서의 삶이 너무나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시간 같은 지하철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을 여러 번 마주치는 것. 레스토랑에서의 어색한 주문. 섹스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동시에 또 얼마나 어려운가. 다른 이들에게 우리는 또 얼마나 무관심한가. 하지만 또 완전히 무심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브랜든이 조깅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지루한 건물들을 계속 지나, 무언가에 가로막혀 잠시 기다리다, 이내 신호가 바뀌면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길을 건넌다. 도시에서의 하루를 축약해 놓은 듯한 장면.


4.
"We aren’t bad people; we’re just from a bad place”라는 시시의 대사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브랜든에게도, 시시에게도, 나에게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더라. 오히려 모든 것들이 브랜든의 말대로 더욱 부담스러운 짐짝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5.
사실 셰임이 국내에서 개봉한다면, 많이 논의되었으면 하는 것 중에 하나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호모포빅하게 여겨질 수 있는 장면에 대한 것이다. 나는 오랜 고심 끝에 이 장면이 호모포빅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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