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7.

내 인생의 영화..?

얼마 전 내 인생의 영화 10개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작년 건 아직도 안 했지만 매년 그 해 본 개봉작들 가지고 결산도 하고, 평소에도 이런저런 리스트를 만들고는 하는 내게도 적잖이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우선 '인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때문에 그 자리에서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고, 설령 그렇게 고민해서 열 편을 나열한다 한들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본 영화가 이다지도 빈곤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제작년도가 2로 시작하지 않는 영화는 제대로 본 게 손발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인 나는 그저 적당히 최근 몇 년간 본 영화 중 좋았던 걸 생각나는 대로 나열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좀 더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좋았던 거'라는 단순한 기준으로는 열 편을 꼽기가 너무 어려웠다. 정말 좋아하는 몇 편을 제외하면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뿐더러 마지막으로 본 지 좀 된 영화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어제 새벽까지도 그렇게 꼼짝없이(그리고 대단히 쓸데없이) 고민을 하다가, '인생'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영화 열 편을 꼽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래의 열 편은 기억을 더듬어가며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들을 꼽은 것이다. 극장에서 여러 번 본 것도 있고 DVD나 굿다운로드로 여러 번 본 것도 있다. 전체를 다시 본 것도 있고 일부만 백 번이 넘게 돌려본 것도 있다.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다시 보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다시 보기도 하고, 슬퍼서 다시 보기도 했다. 배우나 감독의 최근 작품을 본 뒤 생각나서 다시 꺼내 보기도 하고,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 꺼내어도 보았다. 좋았던 장면의 느낌을, 대사를, 노래를, 구도를 음미하며 여러 번 돌려 보기도 했다. 볼수록 좋아지는 영화도 있고, 다시 보면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되는 영화도 있다. 다른 이유 다른 느낌 다른 방법으로 여러 번 본 영화들이지만, 전부 어느 한 때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거나 지금까지도 차지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제작년도 역순. 같을 땐 원제의 알파벳순.


  • 주말 Weekend (2011)
  •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 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2008)
  • 원스 Once (2006)
  •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 브링 잇 온 Bring It On (2000)
  •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 (1997)


끊임없이 바뀌어 나가는 리스트가 되었으면.

댓글 1개:

  1.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안 본 것들도 있는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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