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전기영화의 관습을 따르지만 많은 부분을 예상치 못한 방식과 섬세한 시각으로 효율적으로 채운다.
연구를 그리는 방식이 좋았다. 그의 성취는 모든 연구가 그러하듯 앞서간 거인의 어깨에 올라선 것이자 주변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고 교수와 동료의 지적과 교류로 다듬어진 것이며 때로는 자신의 연구를 스스로 뒤엎은 결과이기도 하다. 뛰어난 학생이 훌륭한 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공간에 제법 섬세히 담겼다. 과학을 가르치거나 신과 과학에 대해 논쟁을 벌이려 하지는 않지만 필요할 때는 적절한 비유를 거친 약간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전달하기도 한다.
장애를 그리는 방식이 좋았다. 인간적인 좌절이나 현실의 어려움을 무시하지 않지만 애써 낭만으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일의 성격이나 주변 사람과 환경의 도움 덕분에 어쩌면 대단한 장애물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이는 영화 끝자락의 상상 장면과 이에 이어지는 스티븐의 답변으로 훌륭하게 요약된다.
스티븐과 제인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이 좋았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며 이끌림만을 확인한 채 다소 무모하게 시작된 여정을 지탱해 나간다. 자신을 위해 또는 서로를 위해 그들이 내리게 되는 결정들을 쉽게 재단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끝났는지 모를 사랑이었을지언정, 당신을 사랑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그 세월은 참으로 길었다는 서로를 향한 과거형의 진실된 고백으로 둘의 관계는 오히려 완성된다.
결국 영화는 장애가 우리를 철저히 구속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모든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과학도 신도 사랑도 우리를 완전히 구원하지 않는다고 덤덤히 말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도 만물을 설명하는 이론도 없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이 따로 또 함께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을 바라보며 그 '모든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따름이다. (8)
이 영화 궁금해졌네요. 예상보다 괜찮을 것 같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