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25.

Glee

Glee의 이번 시즌 첫 에피소드 리뷰를 쓰려다가, 워낙 좋아하는 시리즈이기에 좀 더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Glee Season 2 Promotional Photo


고등학교 합창반 교사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Glee는 공중파에서 보기 드문 뮤지컬 스타일을 도입해 지난 시즌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지난 골든글로브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번 에미 시상식에서도 코미디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19개 부문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Glee의 2010년 Golden Globe 코미디 작품상 수상 장면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라니,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실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등학교가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는 탓에 황당하거나 유치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종종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던 중 갑자기 등장인물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뮤지컬 형식이 가끔 사용되기에 익숙치 않으신 분들은 생뚱맞게 여기실 수도 있습니다.

Glee Season 1, Episode 22, "Regionals" 


그럼에도 불구하고 Glee가 단순히 10대 청소년들만이 열광하는 틴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이토록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Glee의 거의 모든 등장인물의 하루는 패배자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오하이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언젠가는 성공해 이 곳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은 채로 살아갑니다. 학교에서는 어떤가요? 글리 클럽은 고등학교 피라미드의 최하위층으로 동급생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늘 훼방만 놓으려고 하는 치어리더 코치는 글리 클럽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Glee 타이틀 로고. L은 Loser(패배자)를 의미하는 제스쳐이다.


개개인을 떼어 놓고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학교의 예술 교육 예산과 씨름하는 동시에 자신을 속여 온 부인과의 결별로 고생합니다. 학생들 역시 여느 10대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힘들어할 문제 외에도 묵직한 개인사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원치 않았던 임신을 하게 된 여학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학생, 아시아계 학생들, 아버지 없이 자란 학생, 게이라는 사실 때문에 쉽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내는 학생 등 모두들 힘든 고민거리를 안은 채 살아갑니다. 어쩌면 글리 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시간이 그들의 하루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와 노래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형성해야 했었던 첫 시즌에서는 가끔 중간중간 무겁고 가슴아팠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신나고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코미디입니다. 백치미를 자랑하는 치어리더 Brittany, 몸치 Finn, 현란한 게이 Kurt 등 워낙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즐비한 탓에 늘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치어리더 코치 Sue는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데, 이 캐릭터를 연기한 Jane Lynch는 이번 에미 시상식에서 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Jane Lynch의 2010년 Emmy 시상식 코미디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 장면


다른 부분은 넘겨 가면서 노래하는 장면만 본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Glee의 노래에 대해서는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지난 시즌, 100곡이 넘는 노래가 Glee를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선곡이 특정 장르에 치우친다는 비판도 있었고 재해석에 대한 논란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의 노래들이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파일럿과 시즌 피날레의 마지막을 장식한 Journey의 Don't Stop believin'의 Glee Cast 버전을 수록한 싱글은 작년 한 해에만 50만 번이 넘는 디지털 음원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Journey Medly - Glee Cast (Season 1, Episode 22)


여주인공 역을 맡고 있는 Lea Michele의 목소리는 단연 빛납니다. 이미 8살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뮤지컬 배우 출신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주연을 맡아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지난 골든글로브와 에미 시상식에서는 Glee로 코미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Brittany를 연기하는 Heather Morris비욘세의 백업 댄서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출연진이 노래와 춤이 뛰어난 것은 아니고, 때때로 몇몇 배우들의 가창력 부족은 비판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Glee를 재미있게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몸치 Finn이 춤을 추는 모습은 중요한 웃음 포인트 중 하나이며,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는 Tina가 솔로를 맡아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모습 등은 오히려 이들에게 진정성을 부여해 줍니다.

작년, FOX가 아메리칸 아이돌 직후에 Glee의 첫 파일럿 에피소드를 편성해 방송한 이래 그 인기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첫 시즌 방영 도중 이미 FOX와 두 시즌 더 방영하기로 (시즌 3까지) 계약이 완료되었는데, 시즌이 끝난 뒤 다음 시즌에 대한 주문을 받기도 쉽지 않은 미국 방송계에서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군나다 2011년 슈퍼볼을 중계하는 FOX는 슈퍼볼 직후에 Glee를 방영하기로 이미 확정하였는데, 일반적으로 한 해에 미국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슈퍼볼 직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큰 상징성을 가집니다. 과연 Glee의 인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방송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제작자인 Ryan Murphy의 말대로 미국 내 고등학교의 예술 교육을 지켜내는 데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 볼 일입니다.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google 이미지 검색에서, 동영상은 youtube에서 가져왔습니다. 모든 이미지와 동영상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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