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5.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의 "Hand Covers Bruise"

애티커스 로스와 트렌트 레즈너

영화음악을 담당하게 되었으나 감독의 취향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던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는 데이빗 핀처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16곡 정도를 먼저 간략히 스케치해 보내게 됩니다. 특정 장면을 생각하며 만든 음악은 아니었고, 느낌이나 접근 방법을 여러 각도에서 실험해 본 곡들이었죠. 혹시나 감독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아하면 어떡하나, 전체적인 느낌이 너무 어두운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감독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데이빗 핀처는 사무실에서 MP3 파일들을 이리저리 넘겨 가며 음악을 듣다가 7번 트랙에 다다릅니다. 불협화음 위에 흐르기 시작하는 피아노 선율. 데이빗 핀처는 바로 그 순간 이 트랙을 영화의 타이틀 음악으로 결정합니다. 이 곡이 바로 에리카에게 차인 뒤 기숙사를 향하는 마크 주커버그의 빠른 걸음 위에 깔리는 "Hand Covers Bruise"입니다.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동시에 강렬하고 깊이 있는 놀라운 곡입니다. 주인공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 주고 있어요. 고통스러움이 느껴지는 불길한 저음을, 외로우면서도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어루만져 주는 것 같습니다. 아주 절묘한 불협화음이죠. 지독한 고독함 속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분노가 동시에 느껴집니다.

오프닝 크레딧 장면에서 이미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이 곡은 영화 속에서 두 번 더 사용됩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쏘아붙이는 대사가 일품인 "Full Attention"에서 한 번, 그리고 왈도가 자신이 배신당한 것을 알게 되는 막바지 장면에서 한 번 더요. 흥미로운 점은 첫 장면에서는 분명했던 피아노 소리가 나머지 두 번의 장면을 거치며 조금씩 작아지고 멀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왈도는 증언 녹취실에서 마크에게 그 때의 너에게는 내가 유일한 친구였다고 이야기하지만, 피아노 선율은 희미한 울림소리가 되어 있습니다. 잰걸음으로 터벅터벅 기숙사를 향하던 그 때의 자신, 왈도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그 때의 자신은 이미 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해졌다는 듯이 말입니다.

(3월 6일 덧붙임) 이 미묘한 차이가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직접 들어 보세요. 공식홈페이지의 Music 꼭지에서는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스코어를 (사운드트랙에 실린 곡의 이름과 순서와는 무관하게) 영화에 삽입된 버전으로 짤막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 버전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1번이 마크가 하버드 교정을 가로지르던 장면, 8번이 변호사의 잘난 질문에 대답하는 장면, 그리고 16번이 왈도가 무너져내리는 장면에서 사용된 버전입니다.


사진의 출처. 트렌트 레즈너의 애티커스 로스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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