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1.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을 맞아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처음엔 금요일부터 가려고 했고, 나중엔 이런저런 일이 많아 아예 못 갈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이틀 동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무리를 좀 해서 아주 빡빡한 일정을 보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화 보고 밥 먹고 영화 보고 밥 먹고.. 작년에는 꽤 여유롭게 관람하고, 마지막 날에는 마침 그 날 제대한 부산 사는 대학동기를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주변 구경도 하고 그랬는데.

다큐멘터리 한 편을 포함한 여덟 편의 장편, 그리고 세 편의 단편을 관람했어요. 일요일에는 다섯 편의 영화를 봤네요. 9시, 11시, 2시, 5시, 8시. 지금까지는 하루 네 편이 최고 기록이었는데.. 사실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2시간이 넘는 작품이 없었던데다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까지 지치진 않았습니다. 물론 좀 피곤하긴 했어도 영화가 시작되면 금세 집중하게 되니까요.

아래는 제가 이번에 본 장편영화들. 본 순서대로 나열했고, 괄호 안은 평점입니다.

수면병 Sleeping Sickness (4)
최선의 의도 Best Intentions (7) 가장 좋았던 극영화
티라노소어 Tyrannosaur (6) 여자연기가 가장 좋았던 영화 (올리비아 콜먼)
자전거 타는 소년 The Kid with a Bike (7) 남자연기가 가장 좋았던 영화 (토마스 도레)
집시 Gypsy (5)
전쟁의 선언 Declaration of War (7)
비버 The Beaver (6)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This Is Not a Film (9) 가장 좋았던 영화

숫자 하나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은 영화를 보고 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지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제에서 여러 편의 영화를 짧은 기간동안 보고 돌아오면 오히려 점차 기억이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틀 간의 영화제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이리저리 뒤섞여있던 이미지들과 숨어있던 감정들이 제 자리를 형성하며 차곡차곡 정리되어 가는 느낌이랄까.

아참, 단편 쇼케이스 1은 세 편의 한국 단편들이었습니다. 낙타들, 야간비행, 그리고 영원한 농담. 낙타들은 10분 정도 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별다른 인상은 받지 못했고, 야간비행은 참 좋았고, 영원한 농담은 최악이었습니다. 야간비행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기회 되면 나중에.

영화도 영화였지만,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을 만나뵌 것도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이틀 내내 뵌 분들도 있고, 몇 마디 말밖에 나누지 못했던 분도 계시고, 스치듯 지나쳐서 얼굴조차 가물가물한 분들도 계시지만 아무튼 좋았고 재미있었습니다. 어제오늘 한분한분 일일이 인사 드린 것 같은데, 혹시 제가 잊어버린 분이 계시다면 넌지시 알려 주세요.

올해 지금까지 벌써 60편의 외국영화와 8편의 한국영화를 보았네요. 개봉작 45편, 영화제나 기획전에서 올해 처음 소개된 작품 23편. 2011년 영화로그가 차곡차곡 쌓여 가는군요. 부산영화제는 이렇게 끝났지만, 그 빈 자리를 아직도 못 본 영화들에 대한 조바심과 앞으로 개봉할 기대되는 작품들에 대한 두근거림이 채워 주고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댓글 4개:

  1. 제레미 레니에를 좋아하는데 자전거 타는 소년에서 비중이 얼마나 되나 모르겠네요. 다르덴 영화니까 예우상 출연한 것 같기도 하고.. 최선의 의도, 티라노소어, 자전거 타는 소년, 전쟁의 선언,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간비행이 보고 싶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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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할가 (aka 할아버지 가디건) 님.

    저도 제레미 레니에 좋아요. 특히 로나의 침묵에서 정말 좋아했었고요.. 이번엔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연기도 토마스와 세실이 워낙 잘 해서 딱히 돋보이진 않았던 듯. 야간비행은 내년 LGBT 영화제를 기약해 보셔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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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레미 레니에 더 차일드에서도 정말 좋았죠. 크리미널 러버라는 오종 영화에서도 귀여웠구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소년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그래서 철 없는 캐릭터들을 그렇게 잘 연기할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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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ilviabroome//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이네요. 말씀하신 부분 공감. 잘 어울리죠.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예전 작품들에서만큼 잘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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