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봐야 하는 영화'라는 표현이 거슬리신다면, '봤으면 싶은 영화' 정도로 생각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작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좋긴 했지만 저에겐 그렇게까지 좋은 영화는 아니었어요. 기대했던만큼 정교하지 못했고, 생각이 깊고 밀도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안 들었거든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명료한데, 그걸 지나치게 복잡하게 꼬아 나가면서 많은 허점들을 노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멜을 제외하고는 빈약하고 평면적인 조연 캐릭터들도 아쉬웠고, 후반부의 액션 신은 실망스러울 정도였어요. 물론 인상적이고 재미있긴 했죠. 화려한 배우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고요. 하지만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였어요.
작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좋긴 했지만 저에겐 그렇게까지 좋은 영화는 아니었어요. 기대했던만큼 정교하지 못했고, 생각이 깊고 밀도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안 들었거든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명료한데, 그걸 지나치게 복잡하게 꼬아 나가면서 많은 허점들을 노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멜을 제외하고는 빈약하고 평면적인 조연 캐릭터들도 아쉬웠고, 후반부의 액션 신은 실망스러울 정도였어요. 물론 인상적이고 재미있긴 했죠. 화려한 배우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었고요. 하지만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였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아직도 인셉션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장 보라고 할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만일 저에게 2010년 개봉한 외국영화 중 꼭 봐야 할 영화 세 편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아마도 소셜 네트워크와 허트 로커, 그리고 제 탑텐 리스트에는 들어있지도 않은 인셉션을 고르겠어요. 이 영화를 제외하고 작년의 영화들을 이야기한다는 건, 인셉션을 아주 좋아하진 않았던 저에게도 터무니없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단 말이죠.
영화의 완성도나 개인의 취향과 무관하게 반드시 봐야만 할 것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1년에 한두 편 정도 영화를 볼까말까하는 바쁜 현대인이라면 물론이거니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위주로 영화를 관람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담론의 확대 재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네필이라면 더더욱이요. 인셉션은 이 기준에 딱 들어맞는 아주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관객을 우롱하는 멍청한 블록버스터,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라고는 전혀 없는 듯한 리메이크와 각색작이 판치는 요즘, 인셉션이라는 여름 블록버스터의 등장은 분명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거든요. 전세계 박스오피스 기록도 준수했고, 젊은 연령층이 특히 열광적으로 반응하며 인터넷을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웠죠. 얼마나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는지 몰라요. 결말에 대한, 그리고 영화 전체의 틀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근거들에 대한 논의는 뜨거웠고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속의 작은 장면들과 자잘한 소재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어요. 촬영이나 편집, 음악이나 음향, 그리고 특수효과 같은 영화적인 요소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조금 과장하면 인셉션이라는 영화는, 굳이 '관객을 인셉션했다'는 메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과 그 가치를 새삼스럽게 확인시켜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영화에 대해 이 정도로 밀도 있는 이야기들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오간 적이 최근에 또 언제 있었습니까.
올해의 외국영화들에도 같은 질문을 던져 볼까요? 인셉션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영화는 없었지만, 제가 지금까지 관람한 올해의 외국영화들 중, 이 영화는 아무래도 봐야 하지 않겠나 싶은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또는 싫어했는지와는 무관하게요. 2011년에 만나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거나, 담론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입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10/6 개봉예정) - 아주 인상적인,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중동에 대해, 특히 이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든, 이 영화는 그 이상을 보여 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재고해 보게 만들어요. 더욱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던지는 많은 물음들이 어떻게 보면 의외로 대단히 보편적이기도 하다는 거죠. 영화가 이야기를 끝맺는 (혹은 끝맺지 않는) 방식만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블랙 스완 (2/24 개봉) -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작. 누군가에게는 우아하게 느껴졌을 거고 누군가에겐 잔혹하게 다가왔겠죠. 누군가에겐 짜릿햇겠지만 누군가에겐 유치했을 거고요. 누군가에게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있었겠지만 누군가에겐 황당 그 자체였을지 몰라요. 애로노프스키가 시도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방식이나, 나탈리 포트만이 만들어낸 니나라는 캐릭터 등 여러 면에서 재미난 구석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세 얼간이 (8/17 개봉) - 저에게는 불만도 많고 지적하고 싶은 점도 한둘이 아닌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여러모로 의미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굳이 카이스트의 잇따른 자살 사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공학도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죠. 관객들의 다소 의아하기까지 한 폭발적인 지지 속에는 분명 공감의 정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영화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이 많아요. 특히 수입사의 일부 장면 삭제는 시끄러운 논란을 불러왔고,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인도판을 독자적으로 수입해 아직도 상영 중입니다. 개봉관 수에 비하면 준수한 흥행 성적을 올리며 이제는 정말 인도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한참 늦은 정식 개봉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졌다는 점도 성과라면 성과이겠죠.
여러분은 올해 지금까지 개봉한 외국영화 중 꼭 봐야 할 영화 세 편으로 어떤 영화를 고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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