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8.

2012년 돌아보기 (2)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를 돌아본다.

7월
  개봉작 중에서는 캐빈 인 더 우즈백설공주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둘 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기 때문. 특히 캐빈 인 더 우즈 같은 경우는 친구들이 내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며 평점 내기까지 했었는데 각각 2, 3, 4점을 예측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8점을 주었고.) 타셈 싱 전작을 정말 싫어했기에 반신반의하며 본 백설공주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재치있고 귀엽고 예쁜, 고전의 훌륭한 재해석이었다. 반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으나 나는 심드렁했던 영화도 몇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가 있겠다. 코리 스톨의 등장과 함께 맞이한 첫 자정은 분명 황홀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많은 분들과 함께했던 부천도 기억에 남는다. 장르영화의 축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하고 근사한 영화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날카로우면서도 묘하게 애잔하던 검은 연못은 정말 독특했고,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가슴따뜻한 SF 코미디 그 이상이었으며, 뷰티의 묵묵하고 묵직한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8월
  지프떼끄에서 본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리프라이즈는 정말 멋진 영화였다. 반면 DVD가 나와 있다길래 구입해서 본 그리즐리 맨은 흥미로운 구석이 좀 있기는 했는데 딱히 좋지는 않았다. (나중에 리핑판일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좀 찜찜했는데, 그 때는 그런 걸 전혀 몰랐음.)

  개봉작 중에서는 매직 마이크를 정말 좋아했다. 채닝 테이텀으로부터 이렇게 훌륭한 연기를 뽑아내는 소더버그의 능력이 정말 놀라웠다. 기대와 걱정이 섞인 마음으로 본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참 별로였다. 압권은 코띠아르의 죽는 연기. 그 순간 나도 그냥 모든 걸 내려놓았다.

  EBS다큐멘터리영화제와 청소년영화제에서 영화를 몇 편 보기도 했다. 차이나 헤비급처럼 인상적인 작품도 있었고 키니어완다처럼 별로였던 영화도 있었고.


9월
  꾸준히 예전 영화들을 틈틈이 봤다. 러시아 방주는 여러모로 놀라운 작품이었고, 마법의 걸린 사랑은 참 재밌는 순간도 많고 에이미 아담스도 사랑스러웠는데 마지막에 디워 같은 걸 끼얹는 바람에 멘붕.

  ㅍ으로 시작하는 개봉작들을 많이 봤네. 피나, 폭풍의 언덕, 피에타. 저 순으로 좋아했다. 사실 제일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는 본 레거시. 나는 참 재미있게 보았고, 연기는 물론이요 촬영이나 편집도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까여서 좀 안타까웠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 하루 다녀왔다. 화가와 그의 예술세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조명하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도 좋았고 참으로 멋진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아이 웨이웨이: 난 멈추지 않는다도 재미있더라. 헤드라인: 뉴욕타임즈의 모든 것은 딱히 만듦새가 훌륭한 다큐멘터리는 아니었으나 데이빗 카라는 멋진 저널리스트를 알게 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영화. 나는 쿠추다처럼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이슈를 스크린으로 알아가는 것도 참 좋았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뉴욕영화제에 다녀온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다. 개막작이었던 라이프 오브 파이를 3D로 관람한 건 정말 ㅠㅠ 이안 감독님도 정말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시저는 죽어야 한다하이드 파크 온 허드슨처럼 현기증나는 영화를 거기까지 가서 봐야 했던 건 좀 함정이지만.. 파이를 제외하고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노아 바움박과 그레타 거윅의 프랜시스 하. 이 때 Q&A도 정말 좋았고 녹음까지 해 뒀는데 올린다고 하고 아직도 안 올렸네.. 바움박 영화를 본 것도 없고 아직 한국에서 한 편도 개봉하지 못했다는 건 알지만 이 영화는 정말 꼭 좀 개봉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미국에서도 아직도 개봉 못 하고 있으며 5월에나 제한개봉한다는 게 함정..

  간 김에 당시에 미국에서 개봉하고 있던 영화들도 좀 봤다. 곧 개봉하는 비스트는 인상적이긴 했으나 후반부가 다소 아쉬웠고, 마스터는 큰 감흥이 없었다. 딱히 훌륭한 영화라는 생각도 안 들었고. 두 주인공의 연기는 좋았지만 아담스는 분량도 적고 딱히 보여 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지.. 하긴 잭키 위버도 올랐으니..


10월
  부산에서도 초청되었던 바바라신의 소녀들을 뉴욕에서 조금 일찍 보고 왔는데 두 편 다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영화는 아니었다. 특히 신의 소녀들은 여러모로 과한 영화였다. 의외의 수학은 개봉작이었던 월플라워였는데, 후반부의 힘이 좀 달리기는 해도 정말 가슴따뜻하고 안아주고 싶은 멋진 영화였다. 특히 로건 레먼의 연기에 정말 홀딱 반하고 왔다.

  그리고 이어진 부산국제영화제. 많은 영화들을 보았지만 가장 좋았던 영화 세 편은 홀리 모터스,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안개 속으로. 제일 별로였던 세 편은 잠자는 미녀, 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 텔레비전. 특히 폐막작은 내가 대체 왜 봤는지 모를 정도로 조잡한 영화였다.

  돌아와서도 많은 영화들을 봤고 참 좋아한 영화도 많았다. 서칭 포 슈가맨, 루퍼, 테드,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 등등. 특히 멋진 앙상블이 빛나던 로우리스는 기대와는 달리 직설적이고 재치있는 근사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스카이폴. 최근 몇 년간 본 이른바 블록버스터라는 영화들 중 제일 훌륭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11월
  이래저래 바쁜 일이 많아서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라는 곳에 가서 르 타블로라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보았고, 씨네큐브 기획전에서 몇 년 전부터 그렇게 고대하던 프레셔스를 뒤늦게 본 게 전부. 두 편 다 참 좋았다. 특히 르 타블로는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화면이 정말 아름다워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길 기대했건만 안타깝게도..


12월
  역시 씨네큐브 기획전에서 더 헌트안나 카레니나를, 그리고 상상마당 기획전에서 페이퍼보이킬러 조를 보았다. 전부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하지 않을까 싶은 영화들. 시사회로 본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최근 몇 년간 본 개봉작 중 단연 최악이었는데 이상하게 또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함정이라면 함정. 근데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개봉작 중에서는 기대하던 레미제라블아무르를 보았는데 둘 다 정말 좋더라. 특히 아무르는 작년에 본 영화 중 제일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특히 요즘은 떠올릴 때마다 딸인 에바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연말에 늘 그렇듯 놓쳤던 개봉작을 열심히 굳다운로드와 DVD로 뒤늦게 찾아보았다. 딱히 수확은 없었지만 라잇 온 미파리의 도둑고양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라잇 온 미에서 폴이 섹스를 하는 동안 그의 손을 잡아 주던 에릭의 표정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반면 31일에 새해를 맞이하며 보았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작년 본 최악의 개봉작에 등극.


올해도 좋은 영화 많이 만나는 한 해가 되길. 계속 레터박스드에 정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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