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스카 예측도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의무감에 하는 느낌? 올해는 제대로 예측 시작한 지 정말 오랜만에 후보예측도 하지 아니하였고.. 물론 당연히 재미로 하는 것인데다 종종 사심을 섞다 보니, 나름 레이스 따라간다고 하면서도 채점해 보면 성적이 영 좋지 못해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올해는 작품상까지 틀리고야 말았는데 내년엔 더욱 열정적으로 따라갈 만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레이스를 기대해 본다.
올해 오스카는 근래 가장 재미없는 시상식 중 하나였던 듯. 단순히 내가 영화들을 많이 안 보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뇽오와 블란쳇의 훌륭한 수상 소감, 드제네러스의 오프닝 모롤로그 중 몇몇 순간들, 파렐과 뇽오-스트립-아담스의 댄스타임, 박자 never bothered me anyway를 외치는 아델 다짐이라는 역사적인 아이콘의 탄생 정도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디 노박의 얼굴은 기억에 남지 않기를..
드제네러스라는 호스트를 선택한 순간 이미 평범하고 딱히 누구도 기분나쁘지 않으며 밝은 분위기의 시상식이 될 거라 생각했고 예상대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평이했던 게 아쉽다면 아쉽달까. 최근 하도 구린 호스트가 많았던지라 이정도면 만족스럽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시청자보다는 객석의 영화인들을 더 배려하는 듯한 이런 호스트의 태도에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 쟤네들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군 정도의 재미도 사실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고. 피자나 셀카 같은 것들. 아마도 오프닝 모놀로그의 가장 마지막 농담 정도가 엘렌이 할 수 있는 가장 예리한 농담이었을 테고 그래서 가장 좋았다.
맨날 하는 얘기지만 몽타주가 너무 많다. Alone Yet Not Alone이 지랄하지만 않았어도 노래 후보가 하나 더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최소한 저것들 중 하나라도 덜 보았을 텐데.
인 메모리엄이 길고 숙연할 수밖에 없는 해였고 실제로 그랬으며 예상대로 베트 미들러가 노래를 했다. 그러나 선곡은 매우 별로였으며 그냥 영상과 함께 노래를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첫 수상은 대체로 즐거운 일이다. 스파이크 존즈가 첫 오스카를 가져간 순간이 가장 짜릿했고 기억에 남는 수상이었다. 일단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음. Her가 어서 개봉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이 결별한 이후 각각 만든 사랑에 대한 영화 두 편이 각본상을 받아간 것도 재미있다. 쿠아론과 루베즈키 역시 아카데미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는데 그 역시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것이고.
Let It Go를 쓴 로버트 로페즈가 최연소에 최단기간 EGOT을 달성했다. Avenue Q와 The Book of Mormon이 워낙 좋았던지라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전례없는 작품상-감독상 스플릿이 나온 걸 보니 결국 투표결과를 면밀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피상적인 경향 분석이니 뭐니가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주의는 미국인들에게 참으로 민감한 주제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는 있을 것 같고. 이렇게 가까울 수 있나 싶었던 두 영화의 레이스를 가장 우아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으며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가 실제로 그런 결과를 낸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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