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4.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기억 더듬기

올해는 영화제들을 앞두고, 지난 몇 년간 관람한 그 영화제 초청작들을 느슨하게 좋았던 순서대로 정리하고 그 당시의 기억들을 좀 더듬어 보려고 함. 초청작이라 함은 그 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영화들만을 기준으로 함. 관람이라 함은 영화제에서 본 것 뿐 아니라 다른 기획전이나 개봉 후에 본 것도 포함.

2013년 (14회)
- 미친년들
- 감독 미하엘 하네케
- 마스터
- 에브리데이
- 파라다이스: 신념

주말에만 갔었고 딱히 끌리는 작품이 많지 않아서 몇 편 안 봤다. 영화제에 대한 기억도 딱히 없는 걸 보면 그렇게 재밌는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던 듯.. 심지어 본 영화 중에 참 좋다 싶은 영화가 하나도 없었던 것도 함정. 마스터는 미국에서 이미 봤었는데 친구들과 다시 보니 좀 느낌이 새롭기는 했다.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볼 때 딱히 더 싫어지는 영화는 아니었음.

기회가 된다면 가장 보고 싶은 못 본 초청작: 써클즈


2012 (13회)
- 자코모의 여름
- 심플 라이프
- 퍼티 힐
- 르 타블로
- 자이언츠
- 라자르 선생님
- 말리
- 조지 해리슨
- 더 나은 삶
- 방황하는 소녀들
- 시스터
- 타부
- 문과 창을 열어라
- 미카엘
- 스튜던트
- 비밀의 문
- 플레이
- 나는 너의 것
- 라폴로니드: 관용의 집
- 바다에서 2년
- 수확
- 나나

여유가 있었던 때라 정말 오래 있으면서 많은 영화를 봤음. 오래 있긴 했지만 그 덕에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딱히 지루하지는 않았다. 영화 보면서 틈틈이 일도 해야 해서 노트북 들고 영화관과 카페를 전전하던 기억이 많다. 아마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 자코모의 여름이 멋지게 잡아내는 설렘과 풋풋함의 생동감있는 정서가 소름끼치게 좋았고 그것이 아스라이 사라지는 마지막도 인상적이었다. 개봉도 하고 꽤나 사랑도 받은 심플 라이프도 정말 많이도 훌쩍이면서 보았고. 지금 와서 돌아보면 여기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들과 나중에 개봉으로도 이어진 영화들을 고루 본 덕에 긴 일정을 쉽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제 가서 소위 말하는 영화제 영화, 예술 영화들만 연이어 보면 확실히 좀 지치는 느낌. 물론 다 좋은 영화라면 그럴 리 없겠지만 저런 작품들 중에서도 지루하고 그 나름의 클리셰로 가득한 영화들도 많기 때문에.. 하루는 심야로 조지 해리슨과 말리를 달렸는데 피곤하긴 했어도 좋은 음악과 함께하니 신나고 즐거웠다. Something을 여전히 종종 듣는데 들을 때마다 그 때의 공기가 떠오름. 영화제도 영화제지만 나중에 이때 본 영화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를 했는데 아직도 지금까지 한 모든 팟캐스트 녹음 중 제일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회가 된다면 가장 보고 싶은 못 본 초청작: 강은 한때 인간이었다


2011 (12회)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카를로스
-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 트루맛쇼
- 일루셔니스트
- 인사이드 잡
- 믹의 지름길
- 토리노의 말
- 잊혀진 꿈의 동굴
- 필름 소셜리즘

처음 갔던 전주영화제. 본 영화는 많이 없지만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만 쏙쏙 본 영화제였다. 심지어 또 대부분의 영화가 좋았기 때문에 더 꿀맛같음.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그 해에 본 최고의 영화였고 심야로 본 카를로스는 그 길이가 무색할 만큼 짜릿했다.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놓친 게 정말 아쉬웠는데 나중에 개봉해서 본 것도 꿀잼. 영화도 꿀잼. 토리노의 말과 필름 소셜리즘을 보며 평론가들의 찬사니 영화사에서의 의미니 하는 것들은 역시 전혀 내 알 바 아니고 나한테 별로면 별로인 것이라는 신념을 다시 한 번 확고하게 굳힐 수 있었던 것도 이득이라면 이득.

기회가 된다면 가장 보고 싶은 못 본 초청작: 빛을 향한 노스탤지어


2010 (11회)
- 괴물들이 사는 나라

존 말코비치 되기와 어댑테이션이 좋아서 관심을 갖게 된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가 온다는 얘기를 듣기는 들었지만 이 때만 해도 사실 부산이 아닌 영화제에 간다는 걸 엄두 자체를 못 내던 때라.. 나중에 기획전에서 보았는데 참 좋아서 이 때 영화제에서 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결말로 치닫기 시작할 때부터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정말 내내 울어서 같이 본 사람이 걱정할 정도였음. 이 영화에서 제임스 갠돌피니의 연기는 라따뚜이의 피터 오툴과 함께 정말 정말 훌륭한 목소리 연기라고 생각.

기회가 된다면 가장 보고 싶은 못 본 초청작: 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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