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5.

네버 렛 미 고 리뷰

Never Let Me Go (2010)
Dir: Mark Romanek

영화의 중요한 설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지만..


나를 보내지 말라구.

CGV 강변에서 진행 중인 해피 뉴 무비 기획전을 통해 네버 렛 미 고 보고 왔습니다. 작년 중순 쯤에 하반기 기대작을 정리하면서 아래와 같이 메모해 놓았더라구요.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사이파이 드라마.
주목해야 할 두 영국 여배우, 캐리 멀리건+키이라 나이틀리.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먼저 잘못된 사실이 하나 보이네요. 원작은 일본 소설이 아니에요. 그 때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그렇게 생각했었나 본데, 알고 보니 어려서 이민을 간 일본계 영국 작가더라구요. 따라서 영미권 소설. 게다가 타임지가 선정한 2005년 최고의 소설. 전 왜 몰랐을까요. 무식해라. 부끄럽네요.


사이파이 드라마라는 것도 좀 그래요. '더 로드'를 재난영화라고 하면 좀 이상하잖아요. 물론 SF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불필요한 설명은 모두 생략되고, 하나의 받아들여야 할 사실로 주어지죠. 주인공들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인 채 그 안에서 묵묵히 살아나갑니다.


'더 로드'를 통해 이미 한 번 확인되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에요. 독자(또는 관객)은 불필요한 잔가지 대신 작가(또는 감독과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주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배경이나 세부사항에 옭매이지 않게 되면 이야기 전체를 은유로 바라보기도 훨씬 수월해져요. 그러면서도 설명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상상력을 펼치는 되는 자유로움도 얻을 수 있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능동적으로 소설이나 영화를 읽어내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 영화라면 더더욱이요. 영상, 연기, 각색 등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관객에게 어떻게든 이 이야기를 믿어지게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주어지게 되죠.


이런 점에서 이 영화의 각색은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있어요. 시간의 흐름이 조금 뜬금없기도 하고, 루스라는 캐릭터에 가슴깊이 공감하기에는 설명이 조금 부족했지 않나 싶어요. 특히 아쉬웠던 건 내레이션이에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원작 소설에서는 분명 효과적인 방식이었겠지만, 영화에서는 분명히 더 나은 방법들이 있었을 거에요. 좀 더 고민했었어야 해요. 특히 마지막 장면은 영화 전체를 직설적으로 정리해 주려는 것 같아 참 별로였어요. 불필요한 친절함이이에요. 이미 바로 전 장면에서 토미를 통해 감정을 격렬하게 폭발시키면서 영화를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었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참 좋아요. 무미건조하고 무력한 캐릭터들을 아주 섬세하게 연기합니다.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서 안아 주고 싶게 만들어요. 메모해 두었던 대로 두 여배우도 인상적이지만, 정작 제 눈길을 잡아끈 건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토미였어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앤드류에겐 아주 뜻깊은 2010년이었을 거에요. 소셜 네트워크와 네버 렛 미 고, 두 영화 모두에서 인상깊은 조연연기를 훌륭하게 해냈으니까요. 6개월 전만 해도 저는 이름도 몰랐던 배우였는데 말이에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영상은 꽤나 신경을 썼어요. 촬영이나 조명도 나쁘지 않구요. 하지만 음악은 조금 과도하게 쓰이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런데도 또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는 걸 보면, 최대한 절제하는 게 영화와 더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고요.


영화 자체는 그들의 삶 만큼이나 우울해 보였지만, 그래도 아름다웠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맴돌게 하네요.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에요. 영화에 대한 찬사라고 보긴 조금 어렵겠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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