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 소셜 네트워크의 음악상 수상. 소셜 네트워크의 스코어는 저에게 2010년 최고의 영화음악이기도 했어요. 전통적이고 웅장한 스타일의 음악은 결코 아니지만, 분명 영화의 목적과 잘 부합하고 주제를 강조하는 선율이었음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더 놀라웠죠. 아니, 아카데미가 이런 선택을 하다니? 정작 주요부문에서는 소셜 네트워크를 천대하면서도요. 알렉상드르 데플라의 수상 실패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킹스 스피치보다는 유령작가의 스코어가 더 좋았으니까요. 그리고 분명 언젠간 오스카를 받을 거에요. 오히려 존 포웰이 아쉽다면 더 아쉬운 경우. 최소한 당분간은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죠.
- 오프닝 영상. 작품상 후보 열 편을 짜깁기해 만든 아주 훌륭한 몽타주 영상이었어요.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조정 경기 장면에서 사용된 In The Hall of Mountain King의 훌륭한 편곡을 배경음악으로 깔은 것도 아주 잘 어울렸고요. 교차 편집도 꽤나 공을 들였어요. 특히 니나의 발레 장면과 스패니쉬 버즈의 탱고를 이어 붙인다든가, 스피치 테라피 직전의 콜린 퍼스/제프리 러쉬와 복싱 경기 직전의 마크 월버그/크리스찬 베일의 몸 푸는 장면을 이어 붙인 건 아주 적절했어요.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가는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연관성이 눈에 확 들어와요.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제프리 러쉬와 크리스찬 베일의 남우조연이란 이름은 시상식을 위한 허울 뿐이고 사실 공동주연에 가까운 것은 아닌가 싶은 의심이 살짝 드는 것인데, 개봉하면 확인해 보아야겠죠.) 인셉션의 팽이가 쓰러지는 장면으로 끝을 맺은 것도 강렬하고 좋아요.
|
| "미래에서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어요. 미래에는 마이크가 작아져요." |
- 오프닝 패러디 영상도 괜찮았어요. SNL 호스트 경험도 있는 앤 해서웨이와 제임스 프랑코의 코미디가 빛을 발하던 순간이죠. 이 영상을 보며 올해 시상식 진행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특히 이 때만 해도 제임스 프랭코가 재미있었단 말이에요. 윙클보스더러 자기 좀 그만 그윽하게 쳐다보라고 말하던 것이나, 제프 브리지스에게 트론에서 연기 좋았다고 말하던 것 등.. ㅋㅋㅋㅋ 알렉 볼드윈과 모건 프리먼도 적절했고요. 전 앤 해서웨이의 마이크 조크에서 빵 터졌어요.
 |
| '대체 여우조연상은 언제 발표되는 건지..' |
- 커크 더글라스의 여우조연상 시상. You know, 결과적으로는 시즌 중반까지 상을 싹쓸이했던 멜리사 리오가 받아갔지만, you know, 시즌 막판에 혼탁해지고 정신없어진 카테고리에 대한 시상으로, you know, 아주, you know, 적절했어요.
- 데이빗 세이들러의 각본상 수상소감은 참 좋았어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아카데미 시상식이니만큼 아주 감동적인 연설을 늘어놓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위트 넘쳐서 더 좋았어요. 킹스 스피치의 수상 중 유일하게 즐거웠던 부문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멋있는 할아버지에요.
- 감독상 시상자로 나온 캐서린 비글로우. 반갑습니다. 제레미 레너를 잠시 비춰준 것도 아주 적절했구요. (물론 그 뒤에 앉아 있었던 크리스 놀란의 얼굴이 잠시 보였을 땐 가슴아팠지만요.) 데브라 그래닉이나 리사 촐로덴코가 후보에 올랐었다면 캐서린 비글로우의 등장이 더 의미있었겠지만, 감독상 레이스가 치열했던 한 해였으니까요. 하지만 캐서린 비글로우가 읽게 되는 이름이 누구의 이름인지는 별도의 문제.
- 역시 킹스 스피치보다는 퀸스 스피치죠. 외국어영화상을 시상하러 나온 헬렌 미렌과 러셀 브랜드. 이 조합이 어울릴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헬렌 미렌의 난데없는 프랑스어도 기억에 남지만 러셀 브랜드의 더 퀸과 킹스 스피치의 연기를 비교하는 익살은 참..
- 남우조연상 소개 영상 좀 보세요. 정말 훌륭한 라인업이에요. 아카데미답지 않은 아주 훌륭한 취향이에요. 단 한 자리도 낭비된 자리가 없어요. 크리스찬 베일의 수상도 물론 좋았구요.
- 멜리사 리오의 F워드. 공중파에서 듣는 F워드는 왜 세 배쯤 더 즐거운지.
 |
| "감독상이 톰 후퍼라고? 어우 징그러워." |
- 분장상 시상 중 울프맨의 영상을 본 케이트 블란쳇의 수상자 발표 직전 한 마디. "That's gross." 작품상, 감독상 때도 외쳐 주셨어야죠.
-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루크 메서니의 인상적인 수상소감. 더벅머리로 무대에 올라서서는 "머리를 자를 걸 그랬어요."라며 관객들을 웃기고 시작하더니, 크래프트 서비스를 제공한 어머니에게 감사한다며 너스레를 떨어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들뜨고 신난 단편부문의 수상자들을 보는 건 언제나 훈훈해요.
 |
| "내 드레스 좀 짱임." |
- 앤 해서웨이의 난데없는 트위스트.
- 인사이드 잡의 장편다큐멘터리상 수상. 뱅크시의 수상 실패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요. 찰스 퍼거슨은 "사기 때문에 시작된 끔찍한 경제위기가 찾아온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금융회사 간부들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는 말로 수상소감을 시작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 후반부쯤 등장해 기립박수를 받은 빌리 크리스탈. 작품상 시상하려 들 때 진짜 빵 터졌어요. 밥 호프를 소개하는 빌리 크리스탈의 멘트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저도 그 시대에 살았고 밥 호프가 진행하는 오스카 쇼를 보며 자랐다는 착각을 들게 만들어요. 대단한 능력이죠. 그나저나 그냥 그때부터 빌리 크리스탈이 호스트를 맡아서 진행했었더라면..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상은 언제나 재미있어요. 주드 로까지 동원한 자기비하 조크는 슬슬 지겨워질 법도 한데 아직도 재미있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11년 전의 부끄러운 사건을 재기에 성공한 뒤에 한 밑천으로 삼아 농담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 편집상을 수상한 소셜 네트워크의 커크 백스터는 자신의 딸에게,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일을 찾으면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잔잔하지만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잊지 않고 한 마디 덧붙였죠. "대신 데이빗 핀처 같은 사람을 만나야 된단다."
나빴던
- 작품상 소개 영상. 킹스 스피치의 콜린 퍼스의 연설을 보이스오버로 넣고 나머지 후보들을 보여주다니, 대체 뭐 하는 짓? 그래놓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다시금 열 개 후보들의 이름을 뭐하러 다시 읽는답니까. 어차피 킹스 스피치가 받아 갈 거잖아. 그러면 최소한 후보 소개 때만이라도 다른 후보들에게 의미있는 순간들을 만들어 주라고요.
- 근데 작품상은 왜 맨날 스티븐 스필버그가 시상하나요? 최근 10년간 지금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세 번. 좀 다채롭게 바꿔주세요.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직분도 좀 다양하게. 매번 나이든 백인 남자 감독이나 배우가 작품상을 시상할 필요는 없잖아요.
-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영상에서 객석의 박수소리를 제거해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았다고 봐요. 그런데 한 명만 똑 떼어놓고 할리 베리까지 내보내서 별도로 추모할 필요가 있었나요? 고상하지 못해요.
 |
| "우리 조크가 재미없나?" |
- 매튜 매커너히와 스칼렛 요한슨의 시상은 재미없었어요. 작가의 잘못이지 이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Sound, sound, sound. 어쩌라구.
- 그에 반해, 케빈 스페이시는 정말로 재미 없어요. 다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래 부르지 마세요. 그래도 올해 소셜 네트워크를 프로듀싱하셨으니 이쯤 하고 넘어가렵니다.
- 아카데미 회장님까지 나와서 시상식 중간에 ABC와의 계약을 이야기하고 들어가야 하는 건지. 차라리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의 회계사들을 데려오라!
- 그나저나 앤 해서웨이는 웃음을 참는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요.
 |
| "저 글자 읽을 줄 알아요! 저 참고로 세 번째 수상임!" |
- 그리고 수상 소감 좀 적어 온 것 꺼내서 읽지 마세요. 단편부문이나 처음으로 후보에 오른 경우는 그렇다 쳐요. 아카데미 시상식 경험도 있으면서 고개 숙이고 종이만 빤히 쳐다보지 말자구요. 특히 콜린 앳우드, 세 번째로 받아가는 아카데미상이잖아요. 제발 좀.
- 플로렌스의 노력도 If I Rise를 살리지는 못했어요. 영화의 감동적인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음악은 될 수 있겠지만, 공연으로 듣고 싶은 노래는 절대 아니에요.
- 그리고 왜 자꾸 주연상과 조연상을 이렇게 차별하나요. 한명씩 소개 멘트 할 거면 조연도 해 주세요. 아니면 주연도 생략하시구요. 감동적이고 다 좋은데, 영화 클립이면 사실 충분해요. 연기 자체가 이야기하게 해야죠. 연기상인데.
 |
"너희들이 노래 좀 부른다는 빈민가 꼬마애들이니?
우린 방금 아카데미 상을 받은 유명한 부자들이란다." |
- PS22의 합창을 얼마나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푸대접하면 안 되죠. 무대를 작품상까지 발표된 뒤에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 이 훌륭한 합창단에게 부르게 시킨 노래가 고작 Over the Rainbow? 이보다 더 진부할 수 있을까.. 네, 이보다 더 진부해질 수 있어요. 바로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갑자기 무대가 열리는 거에요! 그리고 오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거죠! 세상에.. 학예회냐?
이상했던
- 톰 후퍼의 감독상. 소셜 네트워크를 향한 제 애정과 존경심과는 별도로(리뷰, 두 번째 관람, 작품상에 대한 생각, 2010년 외국영화 탑텐 리스트) 수상 예측에서는 조합상 결과를 따라 눈물을 머금고 톰 후퍼를 찍었었죠. 결과적으로는 맞는 선택이 되었지만, 전혀 기쁘진 않았어요. 대런 애로노프스키, 코엔 형제, 데이빗 핀처, 데이빗 오 러셀을 누르고 톰 후퍼가 상을 받아간다? 론 하워드가 감독상을 받은 9년 전의 시상식이 떠오르네요. 당시 함께 후보로 올랐었던 감독들은 로버트 알트만, 피터 잭슨, 데이빗 린치, 리들리 스콧이었죠. 다섯 명의 후보 중에서 어찌보면 가장 무난한 작품을 만들어낸 평범한 감독에게 상을 안긴 거에요. 올해도 똑같아요.
- 앤 해서웨이와 제임스 프랭코의 젊은 시청자들을 향한 끈임없는 구애. 오프닝 모놀로그에서 서로에게 "아주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인다",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것 같아 보인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때만 해도 시청률에 집착하는 아카데미를 풍자하는 괜찮은 자학 개그처럼 보였으나, 뒤로 가면 갈수록 그저 자학에 가까워질 뿐.
- 그나저나 제임스 프랭코는 잘 보이지도 않던데요? 하긴 얼마나 바빴겠어요. 무대 뒤에서 트윗도 해야지, 중간에 여장도 해야지, 남우주연상 시상 순간에는 또 준비하고 가만히 서 있어야지..
 |
| '옷을 잘못 갈아 입었나..' |
- 제임스 프랭코 이야기 하나 더. 마릴린 먼로 의상까지 입고 나왔으나 그냥 들어가버리고 마네요? 찰리 쉰 조크가 있긴 있었지만 그건 너무 쉽잖아요. 노래나 좀 더 세련된 조크가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그 분장과 의상에 들었을 노력을 몇 초만에 그냥 날려버리다니.
- 리 엉크리치에게도 조언 하나. 픽사와 토이 스토리 3에 대한 제 사랑은 뒤로 하고서라도, 헐리웃의 훌륭한 영화인이 가득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영화 만드는 곳으로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세계에서 가장 최고"라고 소리지를 필요는 없어요.
- 콜린 퍼스와 나탈리 포트만의 수상소감은 생각보다 평범해서 의아했어요. 물론 두 배우 모두 수상이 처음이니 감동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상 받을 게 이렇게 확실했는데 좀 더 신경써서 완벽한 소감을 준비했었으면 좋았을 거에요.
 |
| "나에게도 남우주연상을 달라." |
- 삽입곡상(주제곡상이라고도 하지만) 역대 수상작들을 돌아보는 영상은 좋았어요. Lose Yourself나 It's Hard Out Here For a Pimp같은 곡들을 보며 상당히 젊고 트렌디한 부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My Heart Will Go On이나 Falling Slowly같은 곡을 다시금 들으며 감동에 빠지기도 했죠. 훌륭했어요. 난데없이 오바마가 나오기 전까진..
- 그리고 랜디 뉴먼. 물론 훌륭한 작곡가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평범한 노래로 상을 받아가면서 수상소감에 이런저런 불평까지 늘어놓는 건 좀.. 없어 보여요. 그러지 마세요.
 |
| '랜턴을 왜 안 띄우는 거지?' |
- I See the Light 공연. 맨디 무어와 재커리 리바이의 노래는 듣기 편안하고 좋았지만, 랜턴이 없으니 감흥이 확 덜하네요. 노래가 아주 훌륭했다기보다는 역시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의 인상이 강렬해서 좋았던 거였군요. 디즈니 클래식에 포함되기에는 어딘가 조금 부족해요.
- 제이크 질렌할은 시상자로 나올 때마다 왜 이렇게 긴장되고 불안불안해 보이는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관객들에게 단편영화들을 보도록 격려하는 것은 좋지만, 그 근거로 드는 게 고작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 시합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라니요. 매년 예측하는 제가 봐도 그건 좀 아니지요..
 |
| "Fishing for Facebook" Justin Timberlake (feat. Andrew Garfield) |
- 오토튠. 정말? 오토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토튠? 이미 에미와 그래미와 다양한 시상식에서 우려먹었던 그 오토튠? 인터넷에서도 이미 한참 전에 유행 지난 오토튠? 뭐 소셜네트워크 부분은 조금 웃기긴 했지만..
올해 시상식, 재미있게 보셨나요? 전 이제 올해 시상식 관련 포스팅은 정말 끝. 마침 소셜 네트워크 DVD도 도착했으니 거기에나 빠질래요. 물론 미개봉작은 개봉하면 보긴 해야겠지요. 조연상을 석권한 파이터는 3월 10일 개봉,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온몸으로 전통적인 아카데미 스타일 영화의 귀환을 외쳐댄 킹스 스피치는 3월 17일 개봉합니다.
빌리 크리스탈과 커크 옹을 내년에 또 초대했음 좋겠어요. 빌리는 호스트로 커크 옹은 내년에 뭐가 되었든 가장 치열한 배우 부문 시상자로...ㅋㅋㅋ 작품상 후보 소개는 기분 나빴어요. 무례하다고까지 생각했고요. 킹스스피치가 받을 건 알았지만 후보지명만으로도 뜻깊은 일인데 후보 소개는 따로 했어야... 에휴 뭐 지나간 일이니 어쩌겠어요.-ㅠ- 스코어, 편집, 오리지널 각본, 여조랑 남조 수상 소감들이 좋더라구요. 근데 오프닝 몽타주에서 윈터스본, 토이스토리 3, 127시간, 에브리바디가 빠진 건 좀 섭섭하더라구요. 파이터랑 킹스 스피치 3 중에 뭘 더 좋아하실지 궁금해요 ㅎㅎ
답글삭제아 참 저 다루래예요 ㅋㅋ
답글삭제안녕하세요! 내년에는 정말 빌리 크리스탈 아니면 존 스튜어트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오프닝 몽타주는 아무래도 재미있게 만들다 보니 10편을 다 넣지는 못했던 것 같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