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유치한 동화 같은 이야기는 허술하기까지 합니다. 케이트 블란쳇과 에릭 바나라는 훌륭한 두 배우는 영화 내내 아무런 재능도 보여주지 못하고 낭비됩니다. 물론 조 라이트 답게 몇몇 장면에서는 감각적인 화면이 돋보이기도 하고, 액션 역시 화려하지는 않지만 섬세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지루한데다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전혀 믿어지지 않습니다. 공허해요. 이는 조금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결말에서 극에 달합니다.
하지만 케미컬 브라더스의 음악은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영화음악의 시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시얼샤 로넌의 연기도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는 모양인데, 물론 볼만하지만 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액션 연기에, 다양한 언어 구사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가끔씩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주목받기 딱 좋은 연기는 열심히 해 내는 것 같긴 한데, 이 작지만 훌륭한 여배우의 재능을 보여주기에는 영화의 그릇이 너무 작은 듯. (3)
고백
30분간 이어지는 첫 번째 고백은 너무나 완벽합니다. 이야기를 짜맞추어나가는 스토리 전개, 마츠 다카코의 절제된 연기, 절묘한 편집과 촬영까지. 딱 이만큼만 떼어 놓고 한 편의 훌륭한 단편영화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의식도 직설적이긴 하지만 명확하구요.
하지만 이야기가 아이들의 시선으로 넘어가면서, 영화는 서서히 길을 잃기 시작합니다. 이미지에 집착합니다. 내레이션을 남발합니다. 긴 폭소를 터트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등 감정의 과잉은 극에 달합니다. 이야기도 조금씩 흐트러집니다. 마치 모든 캐릭터에 연민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 벌려 놓은 이야기들을 적당한 선에서 잘 정리해냅니다. 여전히 오버스럽기는 하지만요.
분명히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상미는 인상적이긴 합니다만 끊임없이 강렬한 이미지가 이어지다 보니 나중에 가서는 점점 피로해지더라고요. 그에 반해 음향은 훌륭합니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제 몫 이상을 해냅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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