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3.

전주국제영화제 둘째날

많이 늦었지만, 전주에서의 둘째날입니다. 첫째날 후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푹 자고 일어나니 이미 열한시더라구요? 허겁지겁 씻고 다시 영화의 거리로 왔어요. 이 날은 첫 영화가 다섯시 반에 시작이라 그때까지는 카페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째 날 후기를 이 때 쓴 것 같아요. 사실 여기저기 관광을 좀 다닐까 생각도 했지만 피곤하더라구요.

두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먼저 본 필름 소셜리즘(Film Socialisme)은 참.. 별로였어요. 물론 실험적인 영화임은 잘 알고 극장에 들어선 것이긴 한데, 그 기준에서조차 별로 만족스럽지 못해서요. 처음으로 보는 고다르의 영화라 기대를 많이 해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망감이 컸습니다. 참신하다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가끔 있었고, 중반부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몇 번 있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관성 없이 반복되는 끊임없는 수수께끼같은 느낌. 정리되지 않은 넘치는 생각들이 감당하기 버거웠습니다. 오히려 외국의 다른 영화제들에서 상영되었을 때처럼 자막이 없었거나 제한적이었다면 흥미롭기라도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3)


토리노의 말

벨라 타르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는 토리노의 말(The Turin Horse)은 참 묘했어요. 한 마리의 말과 함께 살아가는 부녀의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굉장히 느린 속도로 묵묵히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인상적인 롱테이크 덕분에 크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일상이 계속 반복되고, 주인공들과 말의 상황이 조금씩 나빠져 가면서, 화면을 지켜보기가 점점 괴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시종일관 특유의 느리고, 무겁고, 반복적인 우울한 분위기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아주 대담하죠.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적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2시간 반 동안 이를 지켜보는 건 참 힘든 일이었어요. 그보다도 제게 더 큰 문제였던 점은, 그 특유의 분위기 탓에 주인공들의 인생에 선뜻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6)


이 날은 영화도 영화지만 맛있는 걸 좀 많이 먹었습니다. 점심엔 삼백집에서 콩나물국밥을, 저녁엔 오원집에서 김밥과 불고기를 먹었어요. 중간중간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 와플도 사 먹고, 생과일 주스도 마시고요.

마지막날 후기도 곧 올라옵니다. 카를로스(330분 버전)와 일루셔니스트가 남았네요.

댓글 4개:

  1. ...굉장히 난해했어요. 근데 이 영화를 고다르 첫 관람작으로 보셨군요. 첫 시작치고 굉장히 힘든길을 선택하신듯 ^^;

    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들중에서 베스트이기도 하지만, 제 인생의 영화에 추가시킬 만큼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파멸과 허무로 끝까지 밀리면서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그 단조로운 삶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무게감이 엄청났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후에 예술영화관에서 벨라타르 회고전이 열린다면 반드시 사수할 생각입니다.

    답글삭제
  2. 앗, 성욱님 블로그에서 몇 번 이름 뵈었던 분이시네요! 블로그도 몇 번 갔었는데. 반갑습니다.

    고다르와 타르 두 분 모두 유명한 거장들이지만 저는 부끄럽게도 이 두 편의 영화로 처음 만나게 된 감독들이었어요. 이들의 작품 세계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이 영화들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시간이 되면 이 두 분의 비교적 최근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아워 뮤직은 DVD를 구했는데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매번 미루고 있고요.. 사실 타르의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를 꼭 보고 싶은데 구할 길이 없어요. 타르의 회고전에 포함되어 있다면 저도 반드시 사수할래요.. ㅋㅋ

    답글삭제
  3. 저도 고다르 영화는 주말, 내멋대로 해라 이 두편만 봤어요. 그러니 필름 소셜리즘을 볼 때 힘들었던건 어쩔수 없었어요. 정작 벨라 타르 감독 영화는 토리노의 말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디서 이 영화를 접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제가 아니라면 절대 볼 수 없었을 작품들이지요. 사탄 탱고를 놓친게 참 아쉬워요. 분명 지프에도 충분히 갈수 있었는데도 당시에는 영화를 찾아보고 영화제에 참가하는 것에 열을 올릴때는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언젠간 이영화를 상영해줄날이 올꺼라 생각합니다.

    답글삭제
  4. 저도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특히 전주영화제에서 아주 사랑받는 감독이기도 하니까요.

    답글삭제

댓글을 다실 때: 가급적 익명보다는 어느 분이 작성하셨는지 알 수 있게 이름/URL을 선택해서 남겨 주세요. "회사명" 자리에 이름을 적어 주시면 됩니다. 아, <>는 태그로 인식되니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