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자고 일어나니 이미 열한시더라구요? 허겁지겁 씻고 다시 영화의 거리로 왔어요. 이 날은 첫 영화가 다섯시 반에 시작이라 그때까지는 카페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째 날 후기를 이 때 쓴 것 같아요. 사실 여기저기 관광을 좀 다닐까 생각도 했지만 피곤하더라구요.
두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먼저 본 필름 소셜리즘(Film Socialisme)은 참.. 별로였어요. 물론 실험적인 영화임은 잘 알고 극장에 들어선 것이긴 한데, 그 기준에서조차 별로 만족스럽지 못해서요. 처음으로 보는 고다르의 영화라 기대를 많이 해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망감이 컸습니다. 참신하다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장면도 가끔 있었고, 중반부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몇 번 있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관성 없이 반복되는 끊임없는 수수께끼같은 느낌. 정리되지 않은 넘치는 생각들이 감당하기 버거웠습니다. 오히려 외국의 다른 영화제들에서 상영되었을 때처럼 자막이 없었거나 제한적이었다면 흥미롭기라도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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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노의 말 |
벨라 타르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는 토리노의 말(The Turin Horse)은 참 묘했어요. 한 마리의 말과 함께 살아가는 부녀의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굉장히 느린 속도로 묵묵히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인상적인 롱테이크 덕분에 크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일상이 계속 반복되고, 주인공들과 말의 상황이 조금씩 나빠져 가면서, 화면을 지켜보기가 점점 괴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시종일관 특유의 느리고, 무겁고, 반복적인 우울한 분위기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아주 대담하죠.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적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2시간 반 동안 이를 지켜보는 건 참 힘든 일이었어요. 그보다도 제게 더 큰 문제였던 점은, 그 특유의 분위기 탓에 주인공들의 인생에 선뜻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6)
이 날은 영화도 영화지만 맛있는 걸 좀 많이 먹었습니다. 점심엔 삼백집에서 콩나물국밥을, 저녁엔 오원집에서 김밥과 불고기를 먹었어요. 중간중간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 와플도 사 먹고, 생과일 주스도 마시고요.
마지막날 후기도 곧 올라옵니다. 카를로스(330분 버전)와 일루셔니스트가 남았네요.

...굉장히 난해했어요. 근데 이 영화를 고다르 첫 관람작으로 보셨군요. 첫 시작치고 굉장히 힘든길을 선택하신듯 ^^;
답글삭제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영화들중에서 베스트이기도 하지만, 제 인생의 영화에 추가시킬 만큼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파멸과 허무로 끝까지 밀리면서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그 단조로운 삶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무게감이 엄청났습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후에 예술영화관에서 벨라타르 회고전이 열린다면 반드시 사수할 생각입니다.
앗, 성욱님 블로그에서 몇 번 이름 뵈었던 분이시네요! 블로그도 몇 번 갔었는데. 반갑습니다.
답글삭제고다르와 타르 두 분 모두 유명한 거장들이지만 저는 부끄럽게도 이 두 편의 영화로 처음 만나게 된 감독들이었어요. 이들의 작품 세계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이 영화들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시간이 되면 이 두 분의 비교적 최근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아워 뮤직은 DVD를 구했는데 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매번 미루고 있고요.. 사실 타르의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를 꼭 보고 싶은데 구할 길이 없어요. 타르의 회고전에 포함되어 있다면 저도 반드시 사수할래요.. ㅋㅋ
저도 고다르 영화는 주말, 내멋대로 해라 이 두편만 봤어요. 그러니 필름 소셜리즘을 볼 때 힘들었던건 어쩔수 없었어요. 정작 벨라 타르 감독 영화는 토리노의 말이 처음이었습니다. 어디서 이 영화를 접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제가 아니라면 절대 볼 수 없었을 작품들이지요. 사탄 탱고를 놓친게 참 아쉬워요. 분명 지프에도 충분히 갈수 있었는데도 당시에는 영화를 찾아보고 영화제에 참가하는 것에 열을 올릴때는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언젠간 이영화를 상영해줄날이 올꺼라 생각합니다.
답글삭제저도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특히 전주영화제에서 아주 사랑받는 감독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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