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테러리스트들 - 마침 신디에서 놓쳤던 영화를 상영해 주더라고요. 기대했던만큼 여러모로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어요. 과감한 노출도 잊을 수 없고, 이질적인 영상에 자막이나 내레이션만을 덧입혀 이야기를 전달하던 장면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도 흐름을 잃지 않도록 중간중간 참혹한 사진과 끔찍한 영상들을 무심한 듯 끼워넣기도 하고요.
다양한 장면들을 이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넌지시 보여주려는 시도가 내내 이어집니다. 때로는 노래까지 사용하면서요. 특히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순간들이 많아요. 몇몇 장면들은 감탄스럽기도 했지만, 뻔히 읽히는 은유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땐 조금 민망하기도 하더라고요.
이러한 스타일의 접근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말 중요한 주제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어요. 시작부터 과감한 선언을 날리며 강렬한 인상과 함께 시작하는 영화인데, 효과적인 전달을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6)
아르마딜로 - 혈기 왕성한 덴마크의 백인 청년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납니다.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을 것 같은 이들은 스트립쇼와 포르노를 좋아하고 1인칭 슈팅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 청년들이에요. 영화는 전투 현장에서 병사 개개인의 모습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무사히 수행한 첫 번째 미션을 축하하고, 처음으로 발생한 사상자에 안타까워하고, 긴박한 첫 번째 교전을 겪으며 점차 적응해 나갑니다. 사이사이에는 현지의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부대원들끼리 이런저런 놀이와 농담을 함께하며 무료한 시간도 달랩니다.
내용이든 관점이든 크게 새로운 것 없은 없습니다. 같은 해에만 해도 쌍둥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 '레스트레포'가 있고, 몇 해 전에는 장르도 배경도 다르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비슷한 시각과 소름끼치도록 똑같은 결말을 공유하는 '허트 로커'가 있었죠. 그럼에도 이 영화가 충분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놀라운 수준의 현장성 덕분입니다. 집요하게 쫓아가는 카메라는 그 때 그 곳의 시간과 공간을 담아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관객을 부대원 중 하나로 만들어 그들과 교감하게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막바지에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하지만 뻔한 질문은 그 덕분에 유효해집니다. 격렬한 마지막 교전과 그 여파는 참혹할 뿐더러 때로는 메스꺼울 정도로 불쾌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들과 함께한 관객이라면 선뜻 쉬운 판단을 내리지는 못할 거에요. 적어도 그들에게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니까요.
촬영과 음향 등 기술적인 수준의 성취 역시 아주 인상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지나치게 멋진 영상과 다양한 시점의 샷, 그리고 그들을 이어주는 훌륭한 편집이 깊은 관람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연출된 극영화가 아니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장면들도 있을 정도여서요. 물론 영화가 담고 있는 전쟁의 아이러니에 비하면 그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7)
레스트레포는 보다가 포기했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무자막으로 보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답글삭제테러리스트들 보고 싶네요.
저도 레스트레포에 대해 아는 건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 커버하면서 들은 것과, 올해 리비아에서 사망한 팀 헤더링턴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본 것이 전부여요. 북미 평론가들이 아르마딜로를 평하면서 레스트레포와 비교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정말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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