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는 아니고, 두 가지 생각을 정리합니다.
1. 중간중간 조금 산만했던 편집만 제외한다면, 전 베넷 밀러의 전체적인 연출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포티는 좋긴 했지만 불만도 많았는데, 이번엔 완전히 넘어갔어요. 묘한 공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표현하는 재미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감독입니다. 두 영화에서 보여준 공통점이라면 겉으로는 야구를 (카포티에서는 창작을) 소재로 하지만 그 이상을 담아내며, 마치 전기 영화인 듯 하지만 사실은 아닌, 그러면서도 주인공의 연기를 훌륭하게 잡아내는 멋진 감독이라는 것.
특히 은은하고 유려하게 이야기를 서서히 펼쳐 나가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말도 많고, 화려하고, 이야기를 아름답고 멋지게 포장하기 바빠 보이는 각본과 참 균형을 잘 맞춰 준다고 생각했어요.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요소들은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야기를 전형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나름의 느린 페이스를 유지해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2. 무엇보다도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참 좋았던 영화였어요. 딱히 오버한다는 느낌 없이 전체적으로 낮은 톤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느낌을 정확히 살립니다. 그러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던 내면이 엿보이며 울림을 만들어내는 장면들이 또 있단 말이죠. 이를테면 혼자 있을 때나 딸과 함께 있을 때.
특히 피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잘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 주었던 연기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았던 깊이가 느껴지거든요. 게다가 빌리 빈에게서는 타일러나 채드는 물론이고, 러스티 라이언과 오브라이언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피트의 연기가 모두 이 영화를 위한 연습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는 한 블로거의 말이 단순한 과장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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