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레너야 말할 것 없이 훌륭하고, 앤서니 매키의 절제된 감정 묘사도 인상적이지만, 사실 허트 로커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기는 바로 브라이언 게러티가 연기한 스페셜리스트 엘드리지이다. 내가 만일 저 자리에 있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이었을 거다. 오만 가지 감정이 가득한 그의 모습이 스크린에 살짝 비치기만 해도 어찌나 소름이 끼치고 머리가 복잡해지는지. 특히 저격전에서의 그 표정은, 어쩌면 영영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구나 싶다.
허트 로커를 오랜만에 다시 보면서 처음 볼 때와는 좀 다른 생각을 하나 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이라크를 떠나며 엘드리지는 제임스에게 자신의 다리를 책임지라며 욕설을 퍼붓는다. 어쩌면 그건 사실 왜 자신을 살려 보내냐는 원망은 아니었을까. 군의관 캠브리지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엘드리지는 마음 속으로는 정말로 제임스가 자신를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캠브리지를 남몰래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엘드리지는 절대로 제임스처럼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진 않았을 거다.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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