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

피나, 짧은 생각

오랜만에 참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를 봤다.

영화는 피나의 예술과 닮았다. 이는 올해 개봉한 예술가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맥도널드의 말리는 그의 영혼처럼 자유로웠으며 스콜세지의 조지 해리슨은 그를 소박하고 순수하게 추억했다. 벤더스의 피나는 말보다는 몸짓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려 한다. 전기 다큐멘터리와 기록물의 경계 따위는 없다는 듯한 태도나 공연예술을 어떻게 영화의 예술에 녹여낼 것인지를 이리저리 탐구하는 모습 역시 피나의 혁신적인 예술세계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에 피나를 담으려는 벤더스와 무용단원들의 노력이 영화 속에서 피나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 탓에 누군가는 피나가 없는 이 영화를 '반쪽 짜리'라고도 하던데, 나는 오히려 영화 내내 느껴지는 그 허전함이 좋았다. 그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며 동시에 그를 잃었다는 깊은 상실감을 함께 전달하는 것도 예술가를 존중하고 추모하는 하나의 훌륭한 방식이 아닌가 싶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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