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

2012년 외국영화 탑텐 리스트

2012년 외국영화 개봉작 중 가장 좋았던 열 편을 꼽는 것으로 결산을 시작해 본다. 형식은 해 오던 대로. (2011년 결산2010년 결산) 대상작은 평점 페이지에 있는 관람한 개봉작.


10
피나 Pina (빔 벤더스)

피나 바우쉬의 공연예술을 그에 걸맞는 방식으로 담아낸 원초적인 영화. 무용수들의 몸짓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3D의 적절한 사용도 물론 훌륭하지만 영화는 카메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벤더스와 무용단원들은 피나의 예술을 영화의 예술로 녹여내기 위해 현대무용을 다양한 공간에서 이리저리 탐구하는데, 이는 공연예술과는 또 다른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9
심플 라이프 A Simple Life (허안화)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이 영화가 깊은 울림을 주는 건 꾸밈없는 솔직함과 애정어린 시선 때문이 아닐까. 영화의 제목처럼 두 주인공의 소박한 삶은 예상할 수 있는 대로 평범하게 흘러가지만, 사소한 일상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섬세하게 쌓아간 밀도있는 이야기는 단 한 순간도 감상적인 신파로 느껴지지 않는다.


8
크로니클 Chronicle (조슈아 트랭크)

우연히 초능력을 갖게 된 세 소년의 이야기와 파운드 푸티지 기법의 매력적인 만남은 서로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세 소년의 미묘한 심리묘사와 현실적인 대사를 통해 그럴싸한 십대들의 세계가 훌륭하게 만들어지고, 폭발적인 페이싱과 인상적인 촬영은 성실한 이야기가 짜릿하게 전달되도록 돕는다.


7
아르고 Argo (벤 애플렉)

'시종일관 재미있기'라는 결코 쉽지 않은 걸 이뤄내는 영화. 뻔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잔가지를 쳐내고 할 수 있는 이야기만을 깔끔하고 훌륭하게 해낸다. 다른 질감의 두 이야기와 여러 세계를 튀지 않게 엮는다. 그 누구도 돋보이지 않지만 구멍도 없는 안정적인 앙상블 역시 빛난다.


6
멜랑콜리아 Melancholia (라스 폰 트리에)

이미지만으로도 물론 인상적이지만 이토록 영화의 잔상이 강렬하게 남는 건 강하게 묶인 감정 그 자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스틴의 우울과 클레어의 불안을 숨죽이며 지켜보았고 초반의 엄숙하면서도 황당한 상황들에서는 웃음을 참느라 혼났으며 후반부의 존에게서는 내 모습이 자꾸만 보여 마음이 쓰였다.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껴진 마지막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났는데, 슬퍼서라기보다는 위로받는 느낌에 가까웠던 듯하다.


5
아티스트 The Artist (미셸 아자나비슈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청각적으로 즐거우며 때때로 깊이 감동적이기도 한 이 영화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려 오긴 했으나 결코 그것이 전부인 영화는 아니다. 형식에 걸맞는 연기와 이야기 전개를 통해 원초적인 재미를 극대화하며, 소리나 자막을 이용한 재치있는 변주를 통해 인상적인 실험을 보여주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조지 발렌틴의 마지막 대사("With pleasure.")로 영화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은 분명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즐거움이었다.


4
애니멀 킹덤 Animal Kingdom (데이비드 미코드)

실로 오랜만에 만난 근사한 범죄 스릴러. 제목이 암시하듯 이야기는 비정한 세계를 훌륭히 묘사하고, 거기에는 색깔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제 자리를 차지하며 버티고 있다. 유기적으로 짜여진 장면들은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정보를 야금야금 풀어놓는다. 무미건조하게 이끌어내는 서스펜스가 탁월한데, 단순히 비추는 자동차 한 대, 좁은 화장실에서 나누는 사소한 대화가 이토록 서늘하게 느껴질 줄이야.


3
007 스카이폴 Skyfall (샘 멘데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액션 드라마지만 영화의 안과 밖을 관통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의 만남이자 대화이다. 50주년을 맞은 프랜차이즈가 부활을 위해 선택한 것은 지난 때를 돌아보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다. 냉전을 지나 테러의 시대를 넘어서도 007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영화의 역설은 묘하게 설득력 있을 뿐 아니라 지극히도 영국적이기에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유려한 촬영과 직설적이나 재치있는 대사도 재미를 더한다.


2
아무르 Amour (미하엘 하네케)

아무르는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운 이야기이다. 인물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을 서서히 마주해 가며 그들의 삶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그 자리를 함께 채웠을 (또는 채우지 못했을) 가족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를 권한다. 이미 한 번 망가졌던 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오는 시작부터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아직 뾰족한 답을 내리지 못한 마지막까지, 곱씹어볼 장면이 많아 더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


1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데렉 시안프랜스)

만남의 조각을 맞춰가는 순간과 그것이 부서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교차하는 이 영화는 결국 그 사이의 모든 순간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 신디의 세계와 딘의 세계, 그 속의 주변과 그들 자신, 내면의 이상과 현실의 선택, 남은 것과 사라진 것, 견딘 것과 포기한 것, 해야 했던 것과 할 수 있는 것...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딘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신디의 대비와 갈등과 모순 가득한 이야기는 아름답기에 처절하며 또 처절해서 아름답다.

댓글 2개:

  1.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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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사명 말고 이름을 적어 달라구욬ㅋㅋㅋㅋㅋ 블로그스팟 한국어로 번역 대체 누가 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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