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r: J. J. Abrams
슈퍼 에이트를 개봉일에 CGV 왕십리 IMAX관에서 보았습니다. 전 사실 JJ의 영화를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사실 궁금한 마음에 달려가 본 건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싫은 부분이 더 많았어요. 블록버스터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해도, 제게는 그저 그런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호평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슈퍼 에이트는 향수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관객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내내 '향수'라는 버튼을 끊임없이 눌러댑니다. 주인공을 연기한 조엘 코트니와 같은 나이은 15살 소년들조차 이 영화를 보면 아마 향수를 느낀다고 할 지도 몰라요.
영화의 배경은 70년대 후반의 한가로운 미국 전원 마을입니다. 비록 마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평범한 마을의 평범한 일상이 영화 전반에 걸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집 벽에는 그 시대의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고, 라디오를 켜면 그 시대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TV에서는 쓰리마일 섬 원전 사고의 뉴스가 보도되고,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소련의 탓으로 승화시키기도 합니다. 참으로 단순했던 시절이지요. 주유소 장면에서 잠깐 비치는 1$도 되지 않는 기름값만으로도, 누구나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걸요. 루빅스 큐브가 미국에서 80년대 초반에야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나, 주유소 편의점에서 일하는 야간 알바생이 1979년 여름에 갓 출시된 워크맨에 심취한 얼리어답터라는 사실에 의아해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버튼일 뿐입니다.
영화 자체는 80년대 헐리우드의 단순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이기도 합니다. 깨어진 가족, 알 수 없는 일들, 신비한 생명체.. 성장영화이자 모험영화이면서, SF와 액션도 적절히 결합되어 있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가족에서 시작해 가족으로 돌아오지요. 단순하지만 모든 게 적당히 다 들어있는, 누구든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요즘은 그런 영화가 없잖아요. 그리웠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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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 한 장이면 영화 전체를 얼추 요약할 수 있을 걸요. |
하지만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영화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8mm 카메라를 이용해 영화를 만드는 아이들의 열정입니다. 단순히 영화팬들에게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쓰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화 전반에 걸쳐 꽤나 미묘하고 고상하게 다뤄집니다. 엔드 크레딧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의 영화도 재미있지만, 선로 부근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초반의 장면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할 뿐더러 호흡도 완벽합니다.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미스테리가 조금씩 풀려 가면서 영화는 내리막에 접어듭니다. 진부하긴 해도 이것저것 풍부하게 만들어 놓았던 인물관계들은 단순해지고, 긴장감도 느슨해집니다. 줄거리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과한 액션과 특수효과, 조금씩 거슬리기 시작하는 플레어, 억지스러운 인물들의 행동들을 보내고 나면 허무한 결말과 낯간지러운 마지막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이래저래 그저 그랬던 영화였지만,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힘은 스필버그도, 에이브람스도 아닌 주인공 조엘 코트니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표현도 풍부하지만, 모든 게 아주 자연스러워서 좋아요. 아역 배우라는 느낌이 전혀 없이 말이죠.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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