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4.

애니멀 킹덤을 보고

조금 늦었지만.

Animal Kingdom (2010)
Dir: David Michod

당신이 데뷔작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칩시다. 올해로 치면 마돈나나 제임스 프랭코 같은, 이미 전세계적인 유명인사인 경우는 논의상 제외하기로 하죠. 당신은 지금은 무명에 가깝지만, 첫 작품으로 당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는 커다란 야심을 갖고 있어요. 그 야심을 뒷받침해줄 재능도 갖추고 있고 잠재력도 충분합니다. 단편 영화도 여럿 찍어 봤구요.

이 경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거에요. 한 가지 방법은 철저하게 상업적인 성공을 겨냥하는 겁니다. 무리수 하나 두지 않고 검증된 공식과 익숙한 클리셰들을 따라가는 거죠. 하지만 정반대의 길도 있어요. 평단과 예술영화 관객을 깜짝 놀래킬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것. 강렬한 이미지, 힘있는 롱테이크, 독특한 카메라웍 등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로 영화를 가득 채우면 됩니다.

올해 피판에서 관람한 애니멀 킹덤이 놀라운 이유는, 바로 이 두 가지 길을 모두 교묘히 피해 가면서도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보기 드문 데뷔작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과장 조금 보태면 모든 장면이 어떤 식으로든 이전의 사건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음의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기적이고 힘있게 짜여져 있어요. 그러면서도 기존의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를 답습하는 진부한 장면을 찾기 힘들 뿐더러 그렇다고 "나는 신인감독이다"를 온몸으로 외쳐대며 주의를 분산시키는 낯간지러운 장면도 없습니다. 그 줄타기가 아주 교묘합니다.

사실 범죄 스릴러라기에는 폭력적인 장면도 많지 않고, 피도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장면에서조차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단순히 자동차 한 대를 보여주면서도, 또는 좁은 화장실에서 아주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만들어요.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때로는 살짝 느린 듯하기도 하지만, 이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서스펜스를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이의 여자친구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은 전체적인 스토리와는 큰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오싹해요.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재키 위버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너무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요? 후반부에만 모든 힘이 집중된 재닌이라는 캐릭터는 신선하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짝 인위적인 냄새도 납니다. 덕분에 훌륭한 연기가 조금 빛이 바래는 느낌. 물론 후보 자격은 충분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같은 해 만들어진 영화 타운과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음울한 도시를 배경으로 서서히 몰락해가는 범죄조직의 마지막 한 방으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리고 있죠.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나 주인공의 결말은 전혀 다르지만요. 제레미 레너와 재키 위버의 인상적인 조연 연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 외에 타운이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내에서 시도하는 모든 것들을 애니멀 킹덤은 더욱 강렬하고 인상적으로 해냅니다. 정식으로 개봉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자격이 충분한 영화인데 안타까워요. (8)

댓글 3개:

  1. 근래에본 영화중 젤 쓰레기엿음. 말도안되는 억지부분이 상당수. 호주쉑히덜이 무식해서 그런가? 영화도 쓰레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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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얘, 니 댓글이 더 쓰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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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댓글 표현은 쓰레기인데 내용은 맞음. 영화가 어찌그리 내용이 무엇을 할지, 뭐라고 말할지 다 보이니까 지루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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